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역대수상작

[2018교육부장관상] 처음 겪어 보는 병, 두려울 때 제게 용기를 심어주신 선생님 감사해요.

조회수:6447
인쇄하기



선생님, 안녕하세요. 작년에 선생님의 제자였던 경하예요. 5학년이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6학년 생활을 4달 째 하고 있다니 참 믿기지가 않아요. 선생님을 처음 만났을 때, 제일 먼저 든 생각이 '체육 잘 하실 것 같다.' 였는데 체육보다 수학을 더 잘하셔서 놀랐었어요. 이젠 이 모든 것들이 가슴 속 한 켠에서 추억으로 자리하고 있네요.


5학년이 시작되었을 때 저는 그다지 걱정이 없었고, 항상 자신만만했었어요. 하지만 얼마 뒤, 그건 너무나 큰 오산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죠. 저에게 갑자기 찾아온 '뇌전증'이라는 병 때문에 말이에요. 그날 저는 학교에서 뇌전증으로 인해 여러번 경련을 했고, 난생 처음 대발작이라는 것도 경험했어요. 그 때의 느낌은 기억하기 싫은데 아직도 너무 생생하네요. 의식을 잃었고, 제가 눈을 뜬 곳은 보건실이었어요.


선생님께서는 제 의식이 돌아오자 엄마와 통화를 할 수 있게 엄마께 전화를 걸어주셨어요. 엄마의 목소리를 듣는데, 갑자기 안심되기도 하지만, 기억이 한꺼번에 떠오르면서 두려운 마음도 있고... 여러 가지 감정이 북받쳐서 울었던 것 같아요. 무서웠어요. 제가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요. 그런데 그 일을 겪어야만 하는 사람은 저라는 사실은 너무 화가 났어요. 그렇게 부모님과 병원에 갔고, 결국 뇌전증 진단을 받았어요. 그 날 이후로는 저에게 또 다른 악몽이 시작되고 말았죠.


원래부터 부부 싸움이 잦으셨던 저의 부모님은 저에게 이런 일이 있고 난 후부터 더 자주 싸우셨고, 가족들은 저를 '문제아, 짐'으로만 보는 듯 했거든요. 그 시절의 제가 견디기에는 너무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 때 제게 유일하게 버팀목이 되어준 사람이 바로 선생님이었어요. 진심으로 저를 걱정해 주신다고 느꼈고, 제가 잘못한 거라고 얘기하지 않으셨으니까요. 선생님은 저를 더 눈여겨 봐주셨고, 언제나 작은 일로도 칭찬해 주셨던 게 너무 감사했어요.


선생님께서 제가 발작할 때 익숙하게 대처할 수 있었던게 선생님 옛 제자 중에서도 뇌전증을 겪었던 아이가 있어서 였다고 하셨죠? 저는 정말 선생님을 만난게 다행이고, 큰 행운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슬프게도 선생님은 2학기에 거제도로 이사를 가셔야 했고, 더 이상 제 담임선생님이 아니셨어요. 솔직히 조금 겁났어요. 다른 선생님한테 또 적응할 수 있을지도, 그 선생님이 절 이해해 주실지도 확실하지 않았으니까요. 그런데 선생님께서 선물해 주고 가신 책 한 권이 제게 엄청난 용기를 심어 주었어요. 만화로 되어 있는 책이고, 딱히 제 병과 관련잇는 책도 아니었지만 적어도 제가 힘들 때 그 책을 보며 선생님을 떠올리고 다시 힘낼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거든요. 그 덕에 6학년 생활도 잘 하고 있어요.


6학년이 된 지금, 전 반에서 부반장도 되었고, 여러 상도 많이 타면서 아주 만족하는 삶을 살고 있어요. 오늘의 절망이 아닌 내일로 향한 희망을 품고 제 꿈인 외과의사의 길로 뛰고 있어요. 항상 선생님을 기억할 거예요. 앞으로도 선생님은 제게 절대 잊지 못할 인생 teacher 이실겁니다. 지금의 저를 만들어 주신 5학년 4반 박철영 선생님을 언제나 기억합니다. 항상 감사하고 존경합니다.



2018.6.13

-제자 박경하 드림-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