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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경남교육감상] 내 삶의 목적이자 이유인 할머니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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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안녕. 나 할머니가 제일 좋아하는 할머니 손녀 민지야. 이렇게 편지 쓰는건 진짜 오랜만인거 같아. 오랜만에 쓰는 편지라서 더 속상해.


편지 쓰는게 뭐가 어렵다고 쓰지 않았을까. 지금 돼서야 후회해 그래도 지금 후회하는 만큼 자주 편지 쓸게. 사실 이 편지 쓰는 이유는 할머니한테 고맙다고 말 하고 싶어서야. 고맙다고 말 하고 싶은 일들이 너무 많아서 다 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하나 하나 써내려가 볼게.


일단 제일 고마운 건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날 키워준거야. 엄마 아빠 이혼하고 엄마 혼자 일을 하면서 날 키우기 힘들 때 할머니가 날 키워줬잖아. 솔직히 말해서 우리 할머니도 하고 싶은거 많고 해보고 싶은 것도 많았잖아. 근데 그런 걸 다 포기하고 날 선택했잖아.. 그게 제일 고마워.


항상 할머니 쓸거 아끼고 내 걸 사주고 어딜 가든 좋은 걸 보면 나한테 보여주려고 하고 버스비가 아깝다고 20분 거리를 걸어서 다니면서 항상 내 용돈은 아까워 하지 않은 할머니, 너무 고마워. 솔직히 어릴 때는 운동회나 학교 행사 때 부모님이 아닌 할머니가 오는게 부끄러웠어. 다른 애들이 넌 왜 할머니랑 사냐 부모님이 안계시냐고 물었을 때도 속상했고 소풍때 친구들은 엄마가 싸준 도시락을 가지고 와서 자랑 했을 때 난 할머니가 싸준 도시락이 부끄러웠어.


지금 생각하면 한없이 할머니한테 너무 고마운데 그때는 왜 그랬을까 후회도 돼. 철없던 그때 내가 철없는 말을 뱉어서 할머니한테 상처를 줬다면 할머니 너무 미안해. 너무 늦었지만 용서 해줄래? 이제 와서 용서를 바래서 미안해. 그래도 내가 만약 할머니를 상처 줬다면 지금이라도 사과 하고 싶어. 내 인생에 할머니는 나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나의 어머니이자 나의 선생님이야.


사랑 받는게 뭔지 알려주고 옳고 나쁜게 뭔지 알려 준 사람이 할머니잖아. 솔직히 난 우리 할머니 없음 안돼. 이제 와서 정말 할머니에 소중함을 다시 깨달았어. 나 엄마랑 같이 살게 되고 나서 할머니한테 전화할 때 마다 밝은 목소리로 사랑한다고 해줘서 난 할머니 잘 지내는 줄 알았어. 근데 그게 아니더라 엄마가 할머니가 너가 없어서 우울증에 걸리고 아파한다는 말에 너무 충격 받고 힘들었어. 난 할머니 아픈 것도 모르고 잘 지내고 있다는게 너무 가슴아팠어.


그 후에 할머니한테 더 잘하려고 노력 하는데 이제 자주 못 보니까 할머니가 아픈지 안아픈지 잘 모르니까 너무 불안해. 아프지마, 할머니.. 난 할머니가 아프면 세상 무너지는 기분이야. 정말 난 할머니가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리고 사실 나 이번 생일에 할머니와 통화 하면서 울었어. 안우는척 담담한 척 다했는데 사실 울고 있었어. 매년 생일마다 미역국에 생선에 따뜻한 밥에 아침을 차려주는 할머니가 너무 그리워서 일어나자마자 할머니한테 전화 했는데 할머니는 뭐 갖고 싶냐고 했지. 난 그말에 할머니가 해준 미역국이 먹고 싶다고 했고 할머니는 언제든지 해줄테니까 오라고 기다리고 있다고 했잖아. 사실 나 통화 하면서도 울었지만 끊고도 펑펑 울었어.


항상 날 기다리고 있다는 말에 너무 행복했어. '날 기다려주고, 날 사랑해주고, 내 생각만 해주는 사람이 있구나. 내가 사랑받고 있구나' 를 다시 깨달아서 눈물이 너무 많이 났어. 솔직히 이번 생일 이후에 할머니 생각이 더 많아졌어. 아프지는 않을까 밥은 챙겼을까.. 온통 할머니 생각 뿐이야.


사실 요즘 내 미래에 대해서 너무 많은 고민이 있어도 할머니를 생각 하면 성공해서 할머니 호강 시켜드려야지. 이 생각 밖에 안들어. 그래서 난 꼭 성공할거야. 남들보다 할머니 더 좋은거 입혀 드리고 더 좋은거 먹여 드리고 더 좋은 것만 보여드리고 싶어서 꼭 성공할거야. 내 미래에는 항상 할머니가 있어 할머니가 없는 미래는 생각도 해본 적이 없어. 그러니까 할머니 아프지 말고 건강해야 해. 그래야 내가 할머니한테 받은 은혜 다는 아니더라도 보답할 수 있잖아.


나 때문에 포기 했던 많은 것들에 보답은 지금부터 천천히 할게. 그러니까 아프지 말고 나랑 오래오래 같이 살자. 정말 내 인생에 가장 큰 축복은 내가 할머니 손녀라는 거야. 항상 고맙고 사랑해.



From. 할머니 딸 민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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